AI 펀드매니저 믿고 ETF 불타기 했다가 물려버린 사연 — BYD·삼성전자·리튬 ETF 2주 실전기 (AI펀드매니저 2편)

들어가며 — AI한테 투자를 맡기면 생기는 일

AI 펀드매니저를 만들어 놓고 두 주를 보냈습니다.

기대했던 그림은 이랬습니다. 매일 아침 AI가 시장을 훑고, “지금입니다” 하고 알려주면, 저는 우아하게 매수 버튼을 누른다. 실제로 벌어진 일은 이랬습니다.

매수 신호 0회.

AI는 매일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성실하게 “사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매일 “그거 하지 마세요”라고만 하면, 사장은 슬슬 불안해집니다. 이 친구 혹시 일하기 싫은 건 아닐까.

그래서 결국 제가 저질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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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매수 비추천 이유 — AI가 중국 전기차를 거른 근거

첫 번째로 물어본 건 BYD였습니다. 정확히는 BYD가 담긴 중국 전기차 ETF(TIGER 차이나전기차)였죠.

싸 보였습니다. 중국 전기차는 세계 1등인데 주가는 눌려 있었고, 이른바 “차이나 디스카운트”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저는 반쯤 매수를 결심하고 물어봤습니다. 동의를 구하는 질문이었죠.

AI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답의 요지는 “싼 게 문제가 아니라 숫자를 못 믿겠다”였습니다.

  • BYD의 실제 순부채가 공식 발표의 12배 수준이라는 분석(GMT 리서치)
  • 부채를 “기타지급금” 항목으로 분산해 놓은 회계 구조
  • 미지급어음이 수십조 원 규모
  • 딜러에게 재고를 밀어내는 관행, 34%에 달하는 출혈 할인, 그리고 첫 이익 감소

AI가 매수를 비추천한 진짜 이유는 “비싸다”가 아니라 “회계가 불투명하다”였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싼지 비싼지는 숫자를 믿을 수 있을 때나 따질 수 있는 문제고, 그 전제가 깨지면 계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논리였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ETF로 분산해도 소용없다는 것. BYD의 부실은 BYD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의 과잉공급·치킨게임 신호라서, 같은 바구니의 다른 종목들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배운 첫 번째 교훈이었습니다. 분산은 종목 리스크를 줄이지, 산업 리스크는 못 줄인다.

삼성전자 급락 AI 분석 — “최대 실적인데 왜 빠지죠?”

두 번째 질문은 훨씬 감정적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빠지면, 투자자의 머리에는 자동으로 무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혹시 시장은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나? 메모리라는 사업 자체가 10년 안에 대체되는 거 아냐?

광컴퓨팅이니 뉴로모픽이니 하는 단어들이 뉴스에 계속 나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10년 안에 메모리가 대체될 가능성이 있나?”

AI가 내놓은 결론은 “낮다”였고, 근거는 꽤 매서웠습니다.

핵심 통찰은 이겁니다. “진짜 판을 뒤집는 기술”과 “10년 내 상용화”는 서로 반비례한다.

  • 상용화가 눈앞인 기술들(3D 적층·CPO·MRAM·CXL)은 전부 병목을 완화·우회할 뿐, 메모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
  • 진짜 대체에 해당하는 뉴로모픽·광컴퓨팅은 10년 내 데이터센터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

여기서 AI가 하이프를 하나씩 벗겨냈습니다.

광컴퓨팅: 대표기업이던 Lightmatter가 실제로 광컴퓨터를 만들어 봤지만 상용화 불가로 판단하고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인터커넥트(광통신) 사업으로 전환했죠. 언론에서 말하는 “광컴퓨팅”의 실체는 대부분 CPO — 빛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기술이지 빛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차세대 메모리(PCM): 인텔 Optane은 5억 5,900만 달러를 상각하고 단종됐고, 마이크론의 3D XPoint도 종료됐습니다. 사실상 사망 판정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급락의 원인은 “기술 대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실적은 진짜였고, 빠진 건 다른 이유였던 거죠.

투자 판단에서 중요한 건, 무서운 시나리오를 떠올렸을 때 “그게 실제로 언제 오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10년 뒤에 올 수도 있는 위험 때문에 오늘 파는 건, 대부분의 경우 그냥 손해입니다.

채권펀드 수익률 반토막? — 재투자형 배당락 착시였습니다

숫자가 이상해 보이는 일은 같은 날 한 번 더 있었습니다.

계좌를 열었는데 보유 중인 채권펀드 수익률이 갑자기 반토막이 나 있었습니다. 5%대인 줄 알았는데 2%대로 찍혀 있더군요. 채권펀드는 원래 얌전한 상품인데 하루아침에 반토막이라니, 순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물어봤더니 답은 허무할 만큼 간단했습니다.

“이익분을 재투자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펀드는 결산 때 그동안 쌓인 이익을 분배합니다. 그런데 이 펀드는 그 분배금을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다시 펀드에 재투자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면 — 기준가는 뚝 떨어지고, 대신 보유 좌수가 늘어납니다.

제 자산은 그대로입니다. 1좌당 가격이 내려간 만큼 좌수가 늘었으니까요. 그런데 화면에 표시되는 “수익률”은 기준가 기준으로 계산되니 숫자만 반토막처럼 보이는 겁니다.

재투자형 채권펀드 배당락 착시 — 5%가 왜 2%로 보이지?

진짜 수익은 그대로 연 4~5% 수준이었습니다. 반토막 난 건 제 돈이 아니라 화면의 숫자였던 거죠.

이런 건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이번 편의 숨은 교훈이기도 합니다 — 숫자가 이상해 보일 때 놀라기 전에 원인부터 확인해야 한다. 삼성전자 급락 때도 그랬고, 채권펀드 때도 그랬습니다. 둘 다 겁먹고 팔았으면 손해였을 겁니다.

참고로 이 펀드는 초단기 크레딧 채권이라 금리 변동에도 둔감한 편입니다. “금리 오르면 채권 망한다”는 말은 장기 국채 이야기지, 모든 채권펀드에 해당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 AI가 유럽 ETF를 추천한 이유

세 번째로 AI가 먼저 지적한 게 있었습니다. 제 포트폴리오의 지역 편중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합쳐 88%. 유럽과 신흥국 노출은 0%였습니다. 집중도를 재는 지표(HHI)로 3,920이 나왔는데, 쉽게 말해 “한 바구니에 몰빵”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여기서 제가 감탄한 부분이 있습니다. AI가 “글로벌”이라는 이름이 붙은 펀드 6종을 전부 뜯어봤는데, 삼성 글로벌선진국·미래에셋 글로벌솔루션은 실제 미국 비중이 67%였습니다.

이름은 글로벌인데 실체는 미국 펀드였던 겁니다. 이걸 샀으면 분산이 되기는커녕 미국 비중만 더 늘어날 뻔했습니다.

그렇게 걸러내고 남은 유일한 순수 유럽 상품이 미래에셋 유럽블루칩 인덱스였습니다.

  • 서유럽 89.4% · 미국 0% · 아시아 0.2% — 이름 그대로 100% 유럽
  • 담으면 유럽 노출 0% → 7%, 집중도 3,920 → 2,952로 완화

AI가 유럽 ETF를 추천한 이유는 “유럽이 오를 것 같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유럽 전망을 맞히겠다는 게 아니라, 한 지역이 무너졌을 때 전부 같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수익률 예측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인 거죠.

그리고 세부 논리 하나가 저를 설득했습니다. ASML은 삼성·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지만 밸류체인의 위치가 다릅니다(장비 vs 메모리). 같은 반도체 노출이어도 질적으로 분산이 된다는 겁니다.

포트폴리오 지역 편중 분석 — 미국 48 + 한국 40 = 88% 쏠림

AI 펀드매니저 ETF 추천 결과 — 공부는 잘하는데 살 게 없다

네 번째는 좀 웃픈 이야기입니다.

신소재와 신기술 쪽을 파봤습니다. 차세대 메모리, PIM, 광컴퓨팅 같은 것들이요. AI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표준화 로드맵까지 훑어서 삼성 HBM-PIM과 SK AiM이 LPDDR6-PIM 국제표준(JEDEC)을 실제로 추진 중이라는 것까지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물었더니.

“살 게 없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 순수 기술 기업 대부분이 비상장(Lightmatter·Ayar·SynSense)
  • 상장된 곳은 사실상 무매출 투기주 (BrainChip은 12개월 매출이 약 35만 달러)
  • 상장 순수주는 미국의 Astera Labs·Everspin 정도인데, 하나는 고평가, 하나는 소형주
  • 국내 “PIM·CXL 수혜주”는 본격 매출이 2027년 이후라고 회사가 스스로 밝히는 중

산업은 분명 존재하는데, 그 산업에 투자할 수단이 없었던 겁니다. 공부는 만점인데 시험 문제가 출제되지 않은 상황이랄까요.

이건 나중에 다른 테마에서도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패턴이었습니다. 좋은 산업을 찾는 것과 살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그래서 저지른 리튬 ETF 불타기

자, 여기까지 오면 상황이 정리됩니다.

  • BYD: 안 됨 (회계 불투명)
  • 삼성전자: 대체 위험은 없지만 딱히 살 자리도 아님
  • 유럽: 좋은데 아직 눌림 대기
  • 신소재: 살 게 없음
  • 매수 신호: 몇 주째 0회

그리고 제 계좌에는 이미 리튬 ETF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수익 중이었죠. 당시 약 +11.9%.

여기서 인간의 뇌가 아주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미 오르고 있잖아?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고, 내가 고른 게 맞았다는 증거잖아? 그럼 더 사야지.

이걸 시장에서는 “불타기”라고 부릅니다. 오르는 종목에 추가 매수를 얹는 거죠. 물타기(떨어질 때 더 사기)의 반대말입니다.

7주를 12,680원에 더 담았습니다. 기존 10주와 합쳐 17주, 평균단가는 11,350원에서 11,898원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기준 가격은 11,555원. 평단 대비 −2.9%입니다.

수익 중이던 포지션이, 추가 매수 한 번으로 손실 포지션이 됐습니다.

여기서 억울한 마음에 변명을 좀 하자면, 그 매수 자체는 AI가 정해둔 규칙(트리거 12,730원 이하)을 충족한 상태였습니다. 규칙을 어기고 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AI가 이 ETF의 편입 종목을 뜯어보고 알아낸 게 있었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리튬 & 2차전지”인데,

  • 순수 리튬 기업 비중이 4.5%
  • 최대 편입 종목이 리오틴토(21.7%) — 철광석 회사

리튬이 오를 거라 믿고 산 상품이, 실은 리튬과 별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이름 vs 실체 비교표 — 글로벌·리튬·유럽블루칩

지금 이 ETF는 신규 매수를 완전히 종료하고, 원금을 회복하면 정리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7월 16일 기준 2주 성과 −0.4% — 리튬 ETF만 −3.3%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냐면

아직도 물려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2026년 8월 31일) 기준으로도 평단 11,898원에 현재가 11,555원. 여전히 −2.9%입니다. 영상을 찍고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본전을 못 찾았어요.

매일 아침 AI가 종가를 받아 계산하고, 저에게 이렇게 알려줍니다.

원가회복까지 −2.9%

친절합니다. 매일매일, 아주 정확하게, 제가 얼마나 물려 있는지 소수점까지 알려줍니다. 사람이었으면 눈치를 봤을 텐데 AI라서 그런 게 없습니다.

기다리는 중입니다. 팔지도 못하고 더 사지도 못하는, 투자에서 가장 재미없는 구간이죠. 그래도 이 구간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다음에 불타기가 하고 싶어질 때 브레이크가 될 겁니다. 그러라고 쓰는 글이기도 하고요.

2편에서 배운 것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AI가 “사지 마세요”라고 할 때는 대체로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말을 몇 주 연속 들으면 사람이 못 견딘다는 것.
  2. 매수 신호가 없다는 건 실패가 아닙니다. 시장에 좋은 기회가 없는 날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런데 계좌를 열어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3. 불타기는 “확신”이 아니라 “조급함”일 때가 많습니다. 저는 리튬을 확신해서 산 게 아니라, 몇 주간 아무것도 못 사서 뭐라도 사고 싶었던 겁니다.
  4. 이름을 믿지 말고 내용을 보세요. 글로벌 펀드가 미국 67%, 리튬 ETF의 1등이 철광석 회사입니다.

완벽한 AI는 없습니다. 이 AI도 리튬 ETF의 실체를 처음부터 알아낸 건 아니었고, 저를 말리지도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제가 혼자였다면 BYD를 샀을 거고, 삼성전자를 겁먹고 팔았을 거고, 포트폴리오가 88% 쏠려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라는 점입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같이 하면 조금은 나은 투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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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김민석

항상 공부가 부족한 개발자, 항상 시간이 부족한 딸바보, 항상 체력이 부족한 부족한남편, 그리고 고양이 집사

JungNangGu, Seoul, Korea Rep https://reddol18.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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