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PEG로 값을 매길 수 있습니다 — 나스닥100 vs S&P500 동일가중, 그리고 리튬 자기반성 (AI 펀드매니저 3편)
이 글은 2026년 7월에 만든 영상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에 등장하는 “요즘 시장”, “당시 상황” 같은 표현은 그 시점 기준입니다. 리튬 후일담 등 오늘(9월) 기준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표시했습니다.
지난 편에서 저는 물렸습니다.
리튬 펀드를 불타기 했다가 마이너스로 끝났고, 그 상태로 2편을 마무리했죠. 보통 이런 다음 편은 “그래도 존버하면 오릅니다” 같은 이야기로 넘어가기 마련인데, 저는 좀 다른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물린 이유가 시장이 아니라 제 판단 방식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3편은 이렇게 갑니다. 앞부분은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는 법”이고, 뒷부분은 “그럼 뭘 보고 사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 펀드도 주식처럼 값을 매길 수 있습니다. PER도 계산되고 PEG도 나옵니다. 그걸로 실제 펀드 하나를 골랐습니다.
왜 이 순서인가: 판단 도구를 먼저 배워도 서사에 휘둘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속지 않는 법”이 먼저입니다.
중국 저가 AI 공포 — 토큰 점유율은 뺏겼는데 돈은 안 옮겨갔다
당시 삼전닉스를 비롯한 코스피가 난리도 아니었죠. 그런데 뜯어볼수록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앞으로 돈을 더 벌면 더 벌었지 덜 벌지는 않는다는데 주가는 빠지고 있었으니까요.
제일 걱정됐던 건 이겁니다. 중국이 값싼 AI를 내놓으면서 미국 AI 회사들의 투자가 줄고, 결국 반도체 사이클이 내려앉는 것 아니냐는 공포요.
그래서 AI에게 조사를 시켰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실제로 어떤 AI를 얼마나 쓰는지 토큰을 세어봤어요. 결과는 절반만 맞았습니다. 중국 모델이 점유율을 꽤 가져간 건 사실이었거든요.
그런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점유율은 뺏겼는데 돈은 안 옮겨갔습니다.
저가에는 저가의 한계가 있죠. 가볍고 반복적인 작업은 싼 모델로 가지만, 정작 돈이 되는 무거운 작업은 결국 프리미엄 모델로 갑니다. 토큰 수와 매출은 다른 이야기였던 겁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저가로 가든 프리미엄으로 가든, AI는 어느 길로 가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를 부릅니다. 제가 걱정하던 한국 메모리는 오히려 덕을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상황이 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이렇게 판단했나: “점유율 = 매출”이라는 직관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시장 점유율 뉴스만 보고 사이클을 예측하면 방향을 거꾸로 잡습니다. 세어봐야 아는 겁니다.
리튬 펀드에 리튬이 0%였습니다 — AI에게 시말서를 쓰게 한 날
이제 제 흑역사입니다.
프리미엄 모델이면 완벽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었거든요.
2편에서 불타기 했다가 망한 그 리튬 펀드요. 이상했습니다. 리튬 값은 오른다는데 제 펀드는 계속 마이너스인 거예요. 몇 주 동안 리튬 시세를 보면서 “이건 매수다”, “이건 보류다” 열심히 떠들었는데 숫자가 반대로 갔습니다.
그래서 AI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해서 펀드 안을 뜯어봤습니다. 결과가 이랬습니다.
리튬 비중 0%.
비중 1위가 철광석 회사 리오틴토였어요. 이름은 리튬 펀드인데 실제로 담고 있는 건 철광석·구리·배터리 장비 회사들이었던 겁니다. 리튬 값이 올라도 제 펀드가 안 오르는 게 당연했죠.

여기서 배운 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AI에 대한 것. 좋은 모델이라도 사람의 지시가 부족하고 근거가 나쁘면 이름만 보고 헛다리를 짚습니다. “리튬 펀드 어때?”라고 물으면 리튬 시세를 답하지, 먼저 나서서 “그런데 이 펀드 안에 리튬이 없는데요?”라고 말해주지 않아요. 물어봐야 답합니다.
또 하나는 저 자신에 대한 것. 저는 화가 나서 AI에게 시말서를 쓰라고까지 했는데요. 솔직히 쓰게 하고 나서 제가 더 반성했습니다.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몇 주 동안 리튬 시세로 매수니 보류니 떠들었던 건 저였으니까요. 시말서는 제가 썼어야 했습니다.
그 뒤로 규칙이 하나 생겼습니다. 데이터가 이상하면 시장을 의심하기 전에 나부터 의심한다.
왜 중요한가: 펀드 이름은 마케팅이고, 실체는 보유종목 비중표에만 있습니다. 이름·수익률·상품소개문은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후일담: 그래서 이 리튬 펀드는 회복됐을까요. 아뇨. 2편 당시 −2.9%였는데 지금은 −8.6%입니다. 더 벌어졌어요. 다만 이제는 리튬 시세를 보며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안에 든 게 철광석이라는 걸 아니까요. 원가를 회복하면 정리할 계획입니다. 아는 상태로 기다리는 것과 모르고 기다리는 건 다릅니다.
금 220년 실측 — 연 0.6%, ‘무조건 오른다’는 마케팅에 가까웠다
투자판에 진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금이에요.
“결국 오른다”, “5천 년을 갔다”, “중앙은행이 산다”. 많이 들어보셨죠.
그래서 220년치를 실측해봤습니다. 물가를 빼고 나니 실질 수익이 연 0.6%였습니다. 200년 넘게 들고 있어야 겨우 물가를 조금 넘긴다는 뜻이에요. “무조건 오른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기보다 마케팅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금이 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최근 20년 기준으로 매년 나눠서 5년씩 들고 있었다면 승률이 80%였어요. “무조건 오른다”는 거짓이지만, 똑똑하게 투자하면 확률은 높일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했느냐. 패스했습니다. 제 투자 시간표가 1년인데 5년을 들고 있어야 승률이 나온다잖아요. 좋은 자산이어도 내 시간표와 안 맞으면 내 자산이 아닙니다.
왜 패스했나: 자산의 좋고 나쁨보다 “내 보유 기간과 맞느냐”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승률 80%는 5년을 버틸 수 있을 때만 유효한 숫자입니다.
$450억 붕괴에서 배운 것 — 4배 레버리지의 함정
마케팅용 서사만 판을 흔드는 게 아닙니다. 숨은 돈의 흐름도 시장을 흔듭니다.
24살이 운용하던 450억 달러 헤지펀드가 한 달 만에 −67%로 무너졌습니다.
뭘 했냐면요. AI 관련주를 사고(롱), 소프트웨어 회사를 공매도(숏)하고, 거기에 4배 레버리지를 걸었습니다. 방향이 맞으면 대박이지만 틀리면 그만큼 크게 무너지는 구조였죠.
그런데 양쪽이 동시에 틀렸습니다. AI 반도체 롱도 손실, 소프트웨어 숏도 손실. 롱숏 전략은 한쪽이 틀려도 다른 쪽이 막아준다는 논리인데 둘 다 터진 겁니다. 기초 손실이 17%쯤이었는데 여기에 4배가 곱해지니 순식간에 −67%가 됐습니다.

문제는 이게 그 친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AI에 미쳐 있었으니까요. 한쪽이 무너지자 마진콜이 도미노처럼 번졌고, 빚내서 산 사람들이 강제로 팔리면서 하락이 또 하락을 부르는 연쇄가 일어났습니다. 그 불똥이 한국 증시까지 튀었어요. 방아쇠는 미국이었지만 화약은 우리 쪽 레버리지 상품 광풍이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 “다들 산다”는 건 안심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같은 방향에 사람이 몰려 있을수록 반대로 돌 때 출구가 좁아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대장주니까 사라”는 말을 안 씁니다. 방송에 이름 붙은 대장주를 따라가는 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요. 추세라는 규칙은 쓰되 “대장이니까”라는 서사는 안 봅니다.
왜 이 사건을 봤나: 레버리지는 수익률만 곱하는 게 아니라 실수의 대가도 곱합니다. 17%가 67%가 되는 구조를 보면 배율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PER 함정 — 이익이 꺾이기 직전이 가장 싸 보인다
자, 여기부터가 본론입니다. 그럼 뭘 보고 사야 하나.
고전적인 가치투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PER이 낮으면 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PER은 지난 실적으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이익이 꺾이기 직전인 병든 회사일수록 오히려 싸 보입니다. 작년에 잘 벌었으니 분모가 크고, 앞으로 못 벌 거라 주가는 이미 빠졌으니 분자가 작죠. 계산상 아주 매력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이게 가치 함정(value trap)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누구나 30초면 저평가 종목을 찾아냅니다. 스크리너에 조건 몇 개 넣으면 끝이에요. 예전처럼 “싸다”는 것만으로는 초과 수익이 안 나옵니다. 단순히 싼 걸 기계적으로 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왜 그런가: 정보 우위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같은 화면에서 같은 저평가 종목을 보고 있다면, 싸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남들이 모르는 정보가 아닙니다.
선행PER과 PEG로 성장주 값 매기기
특히 성장주는 잣대가 다릅니다.
지난 이익이 아니라 내년 예상 이익으로 계산하는 선행 PER(forward PER), 그리고 그걸 성장률로 나눈 PEG를 봐야 합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PEG가 1이면 딱 적정, 그보다 낮으면 싸다고 봅니다.
PER 30이 비싼 게 아닙니다. 이익이 연 30%씩 늘면 PEG는 1이니까 적정이에요. 반대로 PER 10이어도 성장률이 5%면 PEG는 2라 비싼 겁니다.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성장 대비 가격을 보는 거죠.
왜 PEG인가: PER 하나만 보면 성장률이 다른 회사를 같은 잣대로 재게 됩니다. 저성장 기업이 싸 보이고 고성장 기업이 비싸 보이는 착시가 여기서 생깁니다.
펀드도 PER 계산이 됩니다 — 100종목을 한 그루 나무로
여기가 이 편의 핵심입니다.
펀드도 주식처럼 값을 매길 수 있습니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해요. 100종목이 담긴 바구니를 한 그루 나무처럼 봅니다. 전체 시가총액을 전체 이익으로 나누는 겁니다. 그러면 그 펀드의 PER이 나옵니다. 성장률로 나누면 PEG도 나오고요.

이걸로 나스닥100을 재봤습니다. PEG 1.6. 적정선인 1을 훌쩍 넘습니다. 지금은 저평가가 아니었어요.
“대표 지수니까 사두면 되겠지”가 아니라, 숫자로 비싼지 싼지를 판정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펀드는 감으로 사는 게 아니라 값을 매겨서 사는 겁니다.
왜 이게 되나: 펀드는 결국 주식의 묶음이기 때문입니다. 개별 기업의 시총과 이익을 합산하면 묶음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나옵니다. 특별한 기법이 아니라 산수입니다.
나스닥100 vs S&P500 동일가중 — 28% 싼 쪽
이 잣대를 손에 넣었으니 실제로 펀드를 하나 골라봤습니다. 대장주 추종이 무너지는 걸 봤고, 밸류를 재는 도구도 생겼으니 빅테크 밖에서 진짜 싼 펀드를 찾아본 거죠.
먼저 문제 인식.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시총가중 지수 펀드는 큰 회사일수록 많이 담습니다. 그러다 보니 빅테크 몇 개에 심하게 쏠려 있어요. “대표 지수를 샀다”는데 사실은 “비싼 빅테크를 샀다”에 가까운 겁니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게 동일가중(equal weight)입니다.
담는 종목은 똑같은 500개인데 비중만 다 똑같이 나눕니다. 그러니 빅세븐을 다 합쳐도 1.4%밖에 안 돼요. 나머지 493개 회사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구조입니다.
빅테크를 덜 담으니 지수 전체 밸류가 내려옵니다.
| 선행 PER | |
|---|---|
| 나스닥100 | 25 |
| S&P500 동일가중 | 20 |
같은 미국 대형주인데 시총가중보다 약 28% 싼 겁니다.
왜 동일가중이 싼가: 시총 1등이 비쌀 때만 그렇습니다. 미국은 시총 상위가 고PER 빅테크라 비중을 낮추면 지수가 싸집니다. 반대로 시총 상위가 이미 저PER인 시장이라면 동일가중은 오히려 비싸집니다. “동일가중 = 밸류”가 항상 참인 게 아니라, 지수 구성에 달린 문제입니다.
PER 19/17/15 3회 분할 매수 규칙
물론 한 번에 안 삽니다.
계획은 이렇습니다. 자기 역사 밴드의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회차 금액을 키우는 방식으로, PER 19 / 17 / 15 세 지점에서 나눠 담습니다. 그리고 하단이 무너지면 손절합니다.

포인트가 두 개 있어요.
첫째, 가격이 아니라 PER로 회차를 잡습니다. “얼마 떨어지면 산다”가 아니라 “얼마나 싸지면 산다”입니다. 기준이 시장 분위기가 아니라 밸류에 있는 거죠.
둘째, 손절선이 먼저 정해져 있습니다. 밴드 하단이 무너진다는 건 제가 세운 밸류 근거가 틀렸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밴드로 내려오면 그때입니다.
왜 미리 안 사나: 싸다고 판정한 것과 지금 사야 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28% 할인은 “관심 목록에 올릴 이유”이지 “오늘 사야 할 이유”가 아닙니다.
정리 — 펀드도 가치투자를 위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한 줄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AI는 어느 길로 가든 결국 투자를 부릅니다. 그래서 반도체가 흔들린 건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판을 흔드는 건 진실만이 아니었습니다. 금의 착시가 그랬고, 숨은 돈 전쟁이 이번 사태를 만든 원인이었죠.
이럴수록 누군가가 만든 서사가 아니라 알맞은 값을 계산해서 사야 합니다. 그 답으로 저는 S&P500 동일가중을 봤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남은 건 리튬입니다. 이름만 보고 몇 주를 헤맸고, 안을 열어보니 리튬이 0%였고, 지금도 −8.6%로 물려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왜 물렸는지는 압니다. 그게 지난번과 다른 점이고, 이 편에서 값 매기는 법을 이렇게 길게 다룬 이유이기도 합니다.
펀드는 이름으로 사는 게 아니라 값을 매겨서 사는 겁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검증 기록입니다.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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